이제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은 어떻게 처분할까. 제값 다 주고 사기엔 너무 비싼 제품을 중고품이라도 싸게 살 방법은 또 없을까.
이럴 땐 인터넷 경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다음 주 결혼하는 이장원(30세)씨는 신부가 갖고 있는 컴퓨터가 자신의 것보다 성능이 우수해 자신의 컴퓨터를 처분키로 하고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내놓았다. 이씨는 컴퓨터 성능이 비교적 좋았지만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격을 낮춰 시작가를 30만원으로 정했다. 40만원, 50만원, 55만원... 계속 올라가던 가격이 60만원에서 멈춰 낙찰됐다. 당초 50만원만 받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이씨는 대만족이었고, 낙찰자도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싸게 샀다고 만족해 하는 눈치였다.
가격이 일률적인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 시시때때 가격이 변하는 인터넷경매는 본인의 순발력 여하에 따라 남보다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쇼핑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인터넷경매 사이트인 옥션의 최상기 과장은 “9일 현재 옥션 사이트에 올라있는 경매건수가 30만건에 달하고 냉장고·TV·세탁기 등 경매 물품을 분류한 카테고리는 303가지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인터넷경매를 운영 중인 사이트는 군소업체까지 포함하면 현재 100개가 넘는다.
◆ 경매절차 =인터넷 경매사이트는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므로 일단 회원등록을 마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회원 가입비는 받지 않는다. 낙찰통보 등 주요 과정이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히 이메일 주소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초보자를 위한 안내나 가입시 제시되는 약관을 잘 읽어보면 경매 참여방법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경매사이트는 물건을 사는 사람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원하는 물건을 클릭하면 사진과 함께 상품 소개와 경매기간, 수량, 시작가격, 그때까지의 입찰내역 등 경매정보가 제공된다. 경매기간은 5~7일 정도가 대부분이다. 물건을 팔 사람은 ‘팔기’ 항목을 클릭해 등록 양식에 따라 제품소개와 수량, 경매기간, 시작가격 등을 기입하면 된다. 최근에는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사람의 70% 이상이 물품 사진을 스캐닝하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올리고 있다.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보다 많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낙찰자가 결정되면 경매업체에서 낙찰 내용을 이메일로 알려준다. 낙찰자가 먼저 돈을 송금하면 경매업체가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 판매자에게 물품을 배송하도록 통보하고, 낙찰자가 물건을 받아 하자가 없음을 확인해주면 경매업체가 수수료를 공제한 물건값을 판매자에게 보내준다. 일반적인 경매와는 달리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이 먼저 조건을 제시하면 팔 사람들이 경쟁을 벌이는 ‘역경매’ 방식의 사이트도 활성화되고 있다. 구매자가 많을수록 입찰가가 떨어지는 공동경매도 이용해 볼만 하다. 가령, CD장식장·전화기·과일·쌀 등 대량 판매가 가능한 물품들은 공동경매를 통하면 일반경매보다 3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 주의할 점 =삼성옥션의 임지현 대리는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선택할 때에는 거래품목이 다양하고, 물건에 하자가 생겼을 때 해결절차를 제대로 명시한 업체를 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가격이 저렴한지 알려면 경매 전에 먼저 시중가격과 중고거래 가격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정보를 보고 궁금한 점은 판매자와 이메일로 확인한다. 비용은 대부분 판매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전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 누가 부담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매에 몰입하다 보면 승부 근성이 발동해 가격을 턱없이 높여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찰에 앞서 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가격을 정해놓고 이보다 높게 올라가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낙찰시 송금이나 배송방법은 경매업체가 정해놓은 대로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운송비나 수수료를 아끼려고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고발생시 보상받을 길이 없다. 물건이 낙찰됐는데 보내지 않거나, 낙찰자로 선정되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제재를 받는다. 최근 업체에 따라서는 경매 수수료를 받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